다산성곽도서관 온라인 북큐레이션 : HSP(Highly Sensitive Person)
섬세함을 닮은 사람들, HSP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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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유난히 일상의 작은 장면들에 눈길이 오래 머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낮이 한층 짧아졌다는 사실, 도서관 곳곳에 스며 있는 난방의 온기, 책장을 넘길 때 손끝에 스치는 가벼운 마찰음, 그리고 도서관 한켠에 누군가 조용히 남기고 간 짤막한 메모들까지─ 평소에는 스쳐 지나갔던 풍경들이 이맘때쯤이면 유독 또렷하게 마음에 남곤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한 해의 끝에서야 비로소 이런 순간들을 조금 더 ‘느리게’, 그리고 더 ‘깊게’ 바라보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 온라인 북큐레이션에서는 이러한 섬세한 순간을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연말의 감수성은 마음속에 고요히 쌓여 있던 감정과 기억을 다시 꺼내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사소한 장면에도 울컥하고, 작은 배려 하나에도 오래 마음이 따뜻해지지요. 이 계절에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고, 각자의 결대로 마음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그 감각의 폭 안에는 ‘HSP(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민감한 사람)’라는 이름으로 설명되는 이들이 있습니다. 흔히 ‘예민하다’는 말로 가볍게 표현되지만, HSP는 그보다 훨씬 넓고 깊은 기질적 특성을 가리킵니다. 작은 소리나 빛, 주변의 미묘한 변화는 물론 타인의 표정과 말투 속 감정의 결까지 자연스럽게 읽어내죠. 그래서 쉽게 피로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뛰어난 공감력과 세심한 관찰력을 지닌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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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답답하다.
- 층간소음에 민감하다.
- 끔찍한 영화나 TV를 보지 못한다.
-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지 항상 걱정한다.
- 사람들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 |
- 감정 기복이 심하다.
- 쉽게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 가족이 늦게 들어오면 사고가 난 것 같아 불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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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홍진,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글항아리(2020), p.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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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예민함만큼이나 신중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말을 오래 고르고, 행동을 반복해 점검하며, 겉으로는 차분해 보여도 내면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부딪혀 금세 지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내가 너무 유별난 건 아닐까?’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민감함을 약점이 아닌 하나의 기질로 이해하려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와 높은 자극 속에서 많은 번아웃을 경험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민감함 또한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감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을 설명할 언어가 필요한 시대에 HSP라는 개념은 MBTI처럼 '나를 이해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비슷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연대감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물론 HSP가 지나치게 가볍게 소비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민감성을 일종의 유행처럼만 다루거나, ADHD·우울·불안 장애 등 임상적 문제와 뒤섞어 이해할 경우, 정작 필요한 도움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SP라는 언어가 위로가 될 수는 있지만, 그 틀에 자신을 온전히 가두거나 모든 감정을 설명하려는 태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HSP는 나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그럼에도 HSP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나친 자극에서 잠시 벗어날 나만을 위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마련하고, 감정이 쌓이면 글을 쓰거나 편안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얻습니다. 자신의 에너지 한계를 이해하고 그 범위 안에서 일상을 조율해 나갈 때, 민감함은 오히려 삶의 결을 깊게 만들어줍니다. 사람들이 스쳐 지나치는 순간 속에서 뜻밖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 또한 이 섬세한 기질이 주는 선물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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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SP'을 이야기하는 기사 및 관련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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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관적 행복감의 맥락에서 매우 민감한 사람(HSP)의 특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
김동윤(2025), 『아시아상담코칭학회』 7(2), pp.169-184
"한국에서 개인의 행복은 독립적인 성취나 내면적 상태보다는
'우리'라는 상호의존적 관계망 속에서 타인에게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낄 때 더 크게 경험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타인의 반응과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HSP의 기질에 영향을 미친다."
#주관적행복감 #매우민감한사람 #문화비교 #한국 #일본 #환경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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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학술지 및 기사의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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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함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마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나친 자극에서 멀어져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천천히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섬세한 감각을 지닌 이들에게는 특히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곳, 바로 도서관입니다. 세상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게 느껴질 때, 도서관의 시간은 언제나 조금 더 느리고 안정적으로 흐릅니다. 조명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편안한 온도를 지니고, 책장이 내는 소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리듬이 되어줍니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조용한 그 정적의 틈새에서 우리는 서서히 마음의 온도를 되찾곤 하지요. 도서관이 ‘아무 말 없이’ 건네는 그 고요한 존재감은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남는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주제를 연말에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한 해의 끝은 누구에게나 감정의 결이 얇아지고, 마음의 민감성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계절입니다. 작은 친절에도 깊이 위로받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흔들리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에 ‘예민함’이라는 기질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조금 더 다정하게 이해해 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연말은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가장 따뜻해질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간인지도 모르니까요. 당신의 예민함이 스스로를 지키고 타인을 이해하며, 세상을 깊게 바라보게 하는 소중한 감각으로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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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일레인 아론 지음ㅣ웅진지식하우스ㅣ 2017
HSP를 정의한 아론 박사의 자기 발견의 심리학
#심리학 #신경과학 #이론적HSP #잠재력 |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최재훈 지음 | 서스테인ㅣ 2024
무던해 보이지 누구보다 예민한 HSP를 위한 심리학
#이타주의자 #삶의균형 #자기정체성 #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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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
다케다 유키 지음ㅣ미래지향ㅣ 2020
내 주변의 HSP와 함께 살아가려면
#현실적HSP #에세이 #관계회복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전홍진 지음ㅣ글항아리ㅣ 2020
스티븐 잡스 등 유명인 사례로 이해하는 HSP
#임상실험 #뇌과학 #정신의학 #의학적HS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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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이라는 선물
이미 로 지음ㅣ온워드ㅣ 2022
심리치료사가 말하는 민감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자기성찰 #HSP활용하기 #관계 |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안주연 지음ㅣ창비ㅣ 2020
온전한 쉼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마음 돌봄
#위로 #공감 #마음이쉬는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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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나오냥 지음ㅣ서사원ㅣ 2024
예민한 나를 챙기는 방법
#나만의루틴 #자존감찾기 #소확행 |
하지 않는 삶
히조 지음ㅣ웨일북ㅣ 2023
늘 과부하인 마음을 비우는 방법
#관계정리 #내려놓기 #미니멀리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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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물속에 산다
요코미치 마코토 지음ㅣ글항아리ㅣ 2023
HSP와 혼동하기 쉬운 ADHD 알기
#성인ADHD #발달장애 #주의력결핍 |
우울증 가이드북
오지은, 반유화 지음ㅣ위즈덤하우스ㅣ 2025
의사와 환자의 대화로 알아보는 우울증
#HSP취약질병 #우울증 #정신질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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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올 한 해 우리 도서관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용한 자리에서 책장을 넘기는 그 작은 순간들이, 그리고 이렇게 글을 통해 나누는 이 시간이 여러분의 하루에 작지만 분명한 쉼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올해의 마지막 날들이 따뜻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내년에도 여러분의 일상에 온기를 더하는 주제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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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다산성곽도서관 사서 이하림, 김정하
다산성곽도서관 |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17길 173 | 02-2230-29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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