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성곽도서관 온라인 북큐레이션 : 서브컬처(Subculture) 취향의 반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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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를 보셨나요? 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1억 회 이상 시청되며, 넷플릭스 역대 최장기간 상위권을 기록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특히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주제곡 ‘Golden’은 스포티파이(spotify,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핑 플랫폼) 글로벌 차트 1위에 올랐고, 빌보드 사운드트랙 차트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며 단순한 OST를 넘어 하나의 대중음악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성공의 중심에 K-POP과 애니메이션, 오컬트와 같은 세계관 등 한때 전형적인 ‘하위문화’로 불리던 요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비주류’로 불리던 문화들이 이제는 문화 산업의 한 가운데로 들어왔습니다. 웹소설이 OTT 드라마로, 웹툰이 영화로 재탄생되는 흐름도 이제는 낯설지 않죠. 예전에는 ‘오타쿠’ 혹은 ‘덕질’로 불리며 소수의 취향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이제는 주류 문화를 이끌고 압도하는 문화적 힘을 갖게 된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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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tvN 드라마 <미생>, 넷플릭스 시리즈 <D.P.>,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Apple TV+ 시리즈 <파친코>, 그리고 각 콘텐츠의 원작인 웹툰, 웹소설, 소설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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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Subculture)는 본래 주류 문화에서 파생된 하위문화를 뜻합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세계관과 코드를 만들어내는 문화죠. 우리나라에서 그 뿌리는 1990년대 말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오타쿠 문화가 소규모 동인 활동을 통해 퍼져나갔고, 일본의 패션, 음악, 게임, 만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서브컬처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소수의 마니아들의 은밀한 세계 정도로 여겨졌지만, 서브컬처는 조용히,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확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서브컬처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Z세대는 하루 평균 약 7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며, 대부분 영상과 웹 기반 콘텐츠를 선호합니다. 긴 글보다는 짧고 직관적인 콘텐츠, 스크롤 한 번으로 즐길 수 있는 웹툰, 쇼츠, 실시간 피드에 익숙하죠. 특히 댓글, 밈, 팬아트 등을 통해 이야기를 새롭게 가공하고 확산시키는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과거에도 팬 문화는 존재했지만, 지금의 서브컬처는 소셜미디어와 실시간 소통,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이 결합하면서 단순한 ‘취향’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 문화가 오히려 주류 문화 산업을 이끄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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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컬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사 및 관련 자료
문현옹, 미래에셋증권 매거진, 2025.4.7.
"서브컬처가 지향하는 미의식은 하이 컬처에 비해 말초적이다.
정신과 영혼 차원에서 지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하이 컬처나 순수예술과 달리 대중의 욕구와 취향에 적극적으로 영입한다"
#비주류문화 #하이컬처 #상품 #콜라보 #팬덤
2.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문학과 서브컬처의 관계성 연구 -라이느노벨과의 비교를 통해-
조주희(2014), 『일본언어문화』 28, pp.647-668
"하루키야말로 서브컬처를 가장 잘 활용하여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작가이고,
시대를 반영하되 시대성을 강요하지 않는 완급의 조절이야말로
하루키 문학이 세계문학이 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하루키 #대중문학 #순문학 #서브컬처 #일러스트 #라이트노벨
*각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 및 논문의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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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도 짙어집니다. 서브컬처의 대중화는 필연적으로 상업화를 불러옵니다. 성공이 보장된 콘텐츠에 자본이 빠르게 개입하고, 창작은 점점 획일화됩니다. 알고리즘이 검증한 ‘흥행 공식’만 반복되는 현상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죠.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요소가 대중매체에 노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왜곡된 이미지나 편견, 비뚤어진 윤리관을 심어줄 위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깊이 있는 텍스트 대신 빠르게 소비되는 서사에 익숙해지면서, 사유의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독서 문화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독서는 긴 호흡으로 집중해 읽기보다 짧고 즉각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얕은 읽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크롤 기반 콘텐츠와 이미지 중심의 미디어가 독서 경험을 대체하면서, 깊이 있는 독서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죠. 그러나 이런 변화가 독서를 완전히 약화시키는 것만을 아닙니다. 오히려 소셜미디어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독서 문화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도서관은 올해부터 젊은 세대의 독서 문화를 활성하하기 위해 ‘힙독클럽(Hipdok Club)’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독서 활동을 통해 텍스트 읽기를 멋스럽고 즐겁게 만들며, 독서의 몰입도와 재미를 더해 커뮤니티 활동을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지도록 하고 있죠. 우리 다산성곽도서관에서도 시즌제 독서클럽 ‘챕독’을 운영하며 책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10분 책 읽기를 실천하는 ‘10분 독서 클럽’,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책에 몰입하도록 돕는 디지털 디톡스 독서 캠페인 ‘로그아웃 리딩클럽’, 그리고 철학, 음악, 영화 등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주제로 모여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통해, 함께하지만 느슨한 연대가 가능한 새로운 독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독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방식은 분명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스스로 해석하고 연결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웹툰을 읽는다면, 작품이 담고 있는 사회적 맥락이나 창작의 의도, 다른 문화와의 관계까지 함께 살펴보며 이해하려는 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이야말로 취향을 넘어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독서이며, 더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만드는 길입니다.
과거에는 소수만 즐기던 문화가 이제는 모두의 취향이 되었습니다. 서브컬처의 확장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금, 무엇을 소비하고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다음으로 선택할 서브컬처는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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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선언
텍스트릿 엮음 | 요다 | 2019
서브컬처 창작자들이 말하는 장르와 사회
#장르 #케이팝 #장르문학 #B급 #비주류 |
오타쿠의 욕망을 읽다
마이너 리뷰 갤러리 지음ㅣ메디치미디어ㅣ 2024
한국의 젊은 세대는 왜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가?
#오타쿠문화 #대중문화 #만화 #8090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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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여자 넷이 한집에 삽니다
후지타니 지아키 지음ㅣ흐름출판ㅣ 2022
풍요로운 덕질과 쾌적한 생활을 위한 동거 라이프
#비혼 #셰어하우스 #덕질 #조립식가족 |
덕후의 탄생
김정진 지음ㅣ덴스토리ㅣ 2019
덕업일치,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
#취미 #직업 #덕력 #성장 #평생직업 #인생2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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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조영주 지음ㅣLik-it(라이킷)ㅣ 2019
자타공인 성덕의 엉뚱한 덕질 생활기
#소설가 #에세이 #덕후 #일상 #문화 #창작 |
오늘의 덕질
이윤리 외 지음ㅣ북폴리오ㅣ 2023
나는 매일매일 좋아하는 것을 합니다
#취향 #책 #아이돌 #식물 #덕후 #장르 #키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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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담아줘
박사랑 지음ㅣ자음과모음ㅣ 2019
아이돌 덕후인 삼십대 여자 셋의 사랑와 우정
#팬덤 #아이돌 #팬사이트 #성인 #덕질 |
요즘 덕후의 덕질로 철학하기
천둥 지음ㅣ초록비책공방ㅣ 2020
덕질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삶 #인간 #이해 #덕질 #도구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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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빠른 시대, 우리의 취향과 독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다음 온라인 북큐레이션은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텍스트 힙(Text Hip)’이라는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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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다산성곽도서관 사서 이하림, 송지호
다산성곽도서관 |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17길 173 | 02-2230-29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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